농원일기

하루종일 버섯 다듬고 있습니다.

이종완
2021-12-09

하루종일 버섯 다듬고 있습니다. 저장고 안에 수확해서 대형비닐 백에 넣어둔 건조된 상황버섯들이 꽉 차 있습니다. 매일 4kg 정도 꺼내어 지하 암반수에 세척하고 건조된 버섯이 물먹어 부드러워지면 작두로 손가락 크기로 자르고 잘라진 수만개의 버섯들을 하나하나 반달가위로 다듬습니다. 완전무결 하다는 판단이 서면 다시 건조기에 들어가서 15시간 말려서 상품포장 안에 들어 갑니다.

 

 요즘 하루 4kg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전체 양이 1t이면 약 250일 작업을 해야 합니다.

작년에 산속 긴 겨울밤을 버섯 다듬는다고 하얗게 지새우든 생각이 납니다.

올 겨울도 그렇게 해서 일을 끝내야만 내년 5월부터 또 새로운 버섯을 키울 수가 있습니다.

농한기 농번기가 따로 없네요...

돈벌기가 참 어렵습니다 ㅎㅎㅎㅎ

 

버섯들을 다듬다보면 무아지경에 들어 갑니다. 옆에 옥수수 박상을 두면 습관적으로 계속 집어 먹듯이 거의 습관적으로 왼손이 버섯조각을 들어 올리면 오른손에 쥐고 있는 반달가위가 다듬고 있습니다. 오른손 손가락에는 굳은살이 생겼다가 터졌다가 다시 생기든가 말든가...

 

손은 작업을 하면서 머릿속에는 위양지 앞에 농장을 그렸다가 지웠다가를 수도 없이 반복합니다.  가위질이 지겨우면 또 생각을 바꿔 살아온 지난 세월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봅니다.

이슬같이 살았다면 좋았을텐데 때론 흙탕물 같이 살아온 과거들이 떠 오릅니다.

내가 잘못한 이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고 나에게 잘못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새벽즈음 일과 생각에 지쳐 잘려고 전기장판으로 데워져 있는 침대 이부자리로 들어가면 그렇게 안락할 수가 없습니다.

이부자리로 들어가서 잠들기 까지가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인 것 같습니다.

아침에 새소리에 잠깨어 눈을 뜨면 바로 일어나지 않고 10분쯤 딩굴거리는 시간도 참으로 행복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면 또 종일 버섯 다듬는 작업을 합니다.

이렇게 긴 겨울이 지나가듯이 내 인생도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나이들면 자는 잠에 가고 싶다고들 하는데 저는 일 하다 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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