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원일기

14살 우리 행복이가 많이 아픕니다.

이종완
2022-02-14

14살 우리 행복이가 많이 아픕니다. 태어나자 마자 우리집에 와서 같이 시골 전원주택으로 이사온 우리 가족입니다. 동네 이름이 행곡리여서 행자를 따 행복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로 이사온지 14년이 되었네요. 산속 우리집의 역사 속에 행복이도 함께 합니다. 검은 리트리버 종인데 덩치도 크고 겁도 많은데 화가나면 진돗개 2마리가 달려 들어도 이기지 못하는 우직한 애 였습니다. 이 아이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저만 보면 처연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힘없이 꼬리를 흔드는데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저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미련도 사랑도 다 잊고 편히 가거라. 가서 기다리면 머지않아 나도 갈꺼니까 기다려라!!” 라고 말 해 줍니다. 글쎄요...그 뒤(?)를 누가 알겠습니까마는...함께 온 산을 다니든 추억과 친구이자 아빠같은 저랑 헤어짐이 못내 아쉬워 억지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숨줄을 붙들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만남은 인연따라 이루어지지만 헤어짐이 이렇게 힘드는 것을....

 

심장사상충에 걸려서 복수가 차고 숨도 가쁘게 쉬면서 무엇을 조금만 먹어도 피를 토합니다. 거의 열흘째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물만 마셔도 토하는데 혹시나 싶어  상황버섯 달인물을 먹이니 잘 받아 먹고 병원약과 약간의 밥을 주어도 조금씩 받아먹고 구토를 하지 않습니다. 상황버섯 달인 물이 속을 편안하게 하는가 봅니다. 병원 수의사 선생님은 “남은 생명이 다 되었으니 잘 해 주세요” 라고 말하니 총체적 난국입니다. 어제는 동물 화장장에 전화해서 모든 걸 물어 봤고 유사시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행복이 한테 너무 미안합니다. 처음 증세를 나타내었을 때 무지의 소치로 몰랐던게 가슴을 칠 정도로 후회가 됩니다. 생자필멸(生者必滅) 이라지만, 뒷뜰 양지바른 곳 조그만 탑 밑에 잠들어 있는  다롱이가 수년전 갔을때는 이렇게 가슴이 아프진 않았습니다. 23년을 살다 갔으니 천수를 다하고 덤으로 더 살았다 생각 했습니다. 근데 행복이는 이제 13살인데 저의 관리소홀로 생을 마감해야 하니 미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금도 마당에 나가보면 제 집안에서 숨을 가쁘게 몰아 쉬면서 마감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통 없이 좋은 추억만을 가지고 가기를 기도 합니다.

 

감독님!!! 꼭 이렇게 했어야 합니까? 도저히 감독님의 의중을 알 수가 없네요.. 심장사상충이란 기생충도 만드시고, 모기란 놈도 만들어 이렇게 서로가 죽여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어야 했습니까? 저도 언젠가는 감독님께서 부르시겠지요... 생자(生者)는 모두가 감독님 손바닥 안에 있는 것을......

 

옛날 가수 최희준씨가 불렀던 <하숙생>이란 노래가 있습니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평생을 가슴에 품고 있는 이 화두를 알 길이 없네요.

행복이나 저나 얄팍한 지능의 차이로 하나는 짐승이고 하나는 인간입니다. 공통점은 서로 교감을 했으며 서로 믿고 의지 했으며 동일한 생명체라는 점입니다.

 

꺼져가는 한 생명체 앞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처지라 안타까움에 글이라도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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