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원일기

참선(參禪)

이종완
2022-11-28

농장에는 이제 물을 끊고 상황버섯들을 겨울잠 재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종균목들 군데군데 피어있는 곰팡이들을 소독하고 내년 봄부터 또다시 관수를 하면 하우스 바닥에 물이 잘 빠지도록 배수로를 만드는 작업을 매일 2시간 정도 삽질 합니다.

 

집에 돌아오면 농장에서 건조시켜 가져다 둔 상황버섯 보따리들을 하나씩 풀어 물에 담궈 부드럽게 만든 다음 작두로 손가락 크기로 자르고 잘라진 수만개의 파편들을 하나씩 들고 손을 봅니다. 숙주나무에 붙어 있든 면에 나무 진액도 묻어 있고 나무랑 같이 잘려 얇은 나무층이 붙어 있습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반달가위(가위끝이 반달처럼 생겼음)를 들고 하루 8시간 정도 다듬는 작업을 합니다. 그야말로 상황버섯 수공예품입니다. 가끔 방문하시는 분들이 기계를 사용해서 대량으로 다듬든가, 아니면 그대로 제품으로 사용해도 무방한데 이렇게 많은걸 어떻게 하나하나 손으로 다듬느냐며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말씀들 하지만 파편들 각자가 제 멋대로 생겨 아직까지는 대량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눈에 보이는걸 제거하지 않고 제품으로 내 보내는 것은 마음이 허락치 않습니다.

 

가위를 든 손바닥은 굳은살로 채워지고 있습니다만 마음은 평온하기 그지 없습니다.

스님이 벽을 보고 앉아 참선하듯이 밤하늘에 별빛 초롱초롱한 산속 비닐 하우스 가공실 안에서 난롯불 옆에 따뜻하게 앉아 바구니에 수북히 쌓인 상황버섯 파편들을 하나하나 까서 새 바구니에 담다 보면 어느듯 새 바구니에 한가득 쌓이고 원래 바구니는 비게 됩니다.

매일 밤 산을 하나씩 옮기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다듬어진 파편들은 깨끗하게 세척하고 다시 건조기에 들어가서 15시간 정도 건조과정을 거쳐 제품이 됩니다.

 

스님들이 참선과 새벽 예불을 통해 자신 안의 자아를 찾아 가듯이 가위를 쥔 손은 파편들을 다듬지만 정작은 내 마음이 다듬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태 살아온 긴 세월들이 소 되새김질 하듯 마치 파노라마 영상처럼 떠 오릅니다.

좋은 일, 괴로운 일, 슬픈 일, 힘든 일, 아픈 일, 부끄러운 일, 후회스런 일, 등등이 스쳐지나가다 어떤 곳에서는 영상이 멈추면서 그 부분이 확대되고 더 세밀히 떠오릅니다. 주로 부끄러운 일들인 것 같습니다. 세상 살면서 한점 부끄럼 없이 산다는게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기도 하고 불가능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하루 2시간 정도의 삽질 또한 육체를 통한 참선이란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2시간 삽질에 지칠대로 지쳐버립니다. 나의 모든 근육과 뼈, 그리고 오장육부가 삽질에 총 동원 되는 것 같습니다.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일 끝나고 재배사 밖으로 나오면 눈에 보이는 11월 말의 하늘은 더 푸르고 코로 들어오는 공기는 더 상쾌합니다.

땀을 식히면서 마시는 따뜻한 상황버섯차는 몸과 마음을 더 정갈하게 해 주는 것 같아 좋습니다.

 

목탁을 들고 하는 참선, 삽과 가위를 들고 하는 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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