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원일기

삶과 죽음의 차이가 종이 한장 처럼 느껴집니다.

관리자
2026-01-02

해가 바뀌는 줄도 모르고 하루 종일 일하고 있습니다. 재배사  6개동 중에 3년차인 2개동을 비웠습니다. 매달려있든 종목들을 다 꺼집어내어 1톤 트럭 한 대당 땔감으로 5만원씩에 팔았습니다.

봄이 되어 날이 따뜻해지면 재배사를 소독하고 다시 새 종목들을 한동에 5000개씩 넣어서 물주고 키우기를 해야 합니다.

 

남은 4개동 버섯종목들은 모두 곰처럼 겨울잠을 자고 있습니다.

 

요즘은 가을에 수확해 말려둔 상황버섯들을 꺼집어내어 씻고 자르고 다듬는 작업을 하루종일 하고 있습니다.

속담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듯이 이 작업들을 통해 버섯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오전작업이 끝나고 점심식사후 위양지 주변을 1시간 동안 7000 – 10000보 걷기를 매일 하는데 오늘도 걷다 보니 뒤쪽 양지바른 언덕에 얼마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묘비석이 보이길레 근처 사람에게 물어보니 위양지 둘레길을 맨발로 매일 걷든 그 아저씨가 며칠전에 돌아가셔서 거기에 묻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그가 암환자라고 했습니다.

 

매일 위양지를 걷는 저랑 반갑게 인사도 하고 가끔은 얘기도 하던 분이었는데 며칠 못 본 사이에 돌아가시고 화장해서 묘비 밑에 계신다 생각하니 삶과 죽음의 차이가 종이 한장 처럼 느껴집니다.

 

너무 많은 암환자분들이 우리농장의 버섯들을 찾고 다 먹고나면 또 구매하면서 다른분들에게 소개까지 하시니 물량을 대느라 나는 주말도 모르고 연말연시도 잊은채 일만 하고 있는데 그분은 왜 나한테 자기가 암환자라고 얘기 한마디 안했을까 원망도 조금은 됩니다.

내일은 그분 옆을 지나다가 꽃이라도 한송이 놓아드려야겠습니다.

 

내일은 토요일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강행군하고 주말 이틀은 일을 좀 줄이고 사람도 만나 식사도 같이 하곤 합니다. 일주일 내내 꼭 같은 강도로 일을 하면 너무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멘붕이 오는 것 같습니다.

 

내 삶이 속 꽉 찬 배추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년이 된 후로 제대로 쉬어 본 일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거라 생각됩니다.

잘 사는건지 아닌지  땅속에 들어갈 때가 되어야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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