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원일기

오랜시간 긴 마라톤을 달려 왔습니다.

이종완
2023-09-06

오랜시간 긴 마라톤을 달려 왔습니다. 4월부터 9월초인 지금까지 하루도 쉼 없이 달려 왔습니다.

무더운 여름 용케도 잘 견디어 냈습니다. 금년 여름 유달리 무더웠던게 거의 열대 수준이었습니다. 재배사의 물관리는 관리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냥 막 퍼부어 댔습니다. 측장 다 열고 하루 종일 팬 돌려도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니 그저 물을 퍼 붓는거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한 열흘쯤은 한낮에 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어 재배사 안에 스프링 쿨러로 물을 주면서 버섯과 같이 물을 맞았습니다.

매일 오후 6시 넘어 퇴근하다가 오늘 처음으로 4시 30분에 퇴근을 했습니다.

 

와중에 두 차례에 걸쳐 수확도 했습니다. 작년에 수확하지 못한 2년차 버섯이 어른 주먹 2-3개 정도 크기로 자라주어 이틀에 걸쳐 수확을 했고 2주쯤 지나 금년 상황버섯도 수확을 모두 했습니다. 농막 안에 수확해 둔 버섯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만 봐도 뿌듯합니다. 건조기에 넣어서 온도 50도로 15시간씩 건조 시켜서 작은냉장고 만한 비닐봉지에 넣어서 차곡차곡 재어 두고 한봉지씩 집에 있는 가공실로 싣고 와서 하루 한소쿠리씩 다시 물에 넣고 부드러워지면 작두로 자르고 버섯 뒷면을 꼭지가위로 전부 다듬습니다.

상황버섯 키우기도 어렵지만 가공작업이 더 힘들고 많은 시간이 소요 됩니다.

 

고객분 중에 전화로 주문하면서 가격이 너무 저렴하고 어떻게 이렇게 깨끗할 수 있냐면서 중국산 같은데 그래도 괜찮으니 택배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상황버섯 농사 하면서 3번째 듣는 얘기입니다. 그때마다 제가 중국 사람이 된 느낌입니다.

저도 가격을 남들 받는 만큼 받고 싶습니다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 보면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경제적 수준을 따져서 가격을 차별화 시킬 수도 없고.......

 

온도와 습도를 맞추기 위해서 매일 농장에 나가서 온도계 화면 앞에 앉아서 하루를 보내면서 오후엔 무조건 재배사 안에 들어가서 고압분무기로 종목들을 씻고 있습니다. 하루 2개동은 씻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곰팡이가 전체를 다 덮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어떤이는 휴일날 전화를 해서 일요일인데도 농장에 있냐고 합니다. 참으로 기가 찬 얘기입니다 ㅎㅎㅎㅎ

 

버섯을 키워야 되고, 수확을 해야 되고, 가공 및 포장을 해야 하며, 팔아야 되는 이 4가지 중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종합예술입니다.

매년 봄 수천만원 하는 종균목 값을 지불해야 하는데 지금부터 열심히 팔아야 합니다.

 

그래도 몇 달만에 처음 좀 일찍 퇴근해서 이발도 하고 목욕을 하고 나니 살 것 같습니다.


여름동안 음악실엔 아예 들어가 볼 수 없었는데 이제 발길이 땡깁니다.  둘다섯의 노래 ”긴머리소녀“를  제일  먼저 부르고 싶네요

”빗소리 들리면  떠 오르는 모습 달처럼 탐스런 하얀 얼굴

우연히 만났다 말없이 가버린 긴 머리 소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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