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원일기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것을............

이종완
2023-10-25

요즘 많이 한가하고 여유롭습니다. 더위와의 전쟁은 끝났고 재배도 거의 끝났습니다. 2차 수확 후 내년을 대비한 물주기를 하루 1회 정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가공작업은 게을리 할 수는 없습니다. 집안에 있는 가공실에서는 매일 한소쿠리 정도를 가공해서 건조기를 돌립니다. 제품은 차곡차곡 쌓이다 팔려 나가곤 합니다. 늦어도 내년 봄까지는 이 많은 양의 가공작업이 끝나야 합니다. 봄이 지나 날씨가 더워지면 가공작업 하기도 힘들지만 여름엔 버섯 키우는데 전념 해야만 합니다.

 

농장에는 매일 나가지만 물은 1회만 주고 빈 시간은 소쿠리에 담아 온 작두로 자른 버섯들을 반달가위로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한 소쿠리 정도를 자르고 다듬어 집에 가져가서 깨끗하게 세척하고 건조기에 15시간 정도 넣었다가 이튿날 꺼내어 바로 제품 봉지에 담습니다.

 

그래도 금년 농사는 성공입니다. 요즘 유튜브에 상황버섯 재배 농가들이 많이 방송들을 하고 있는데 흰 곰팡이 얘기를 하면서 어쩌다 종목(버섯 키우는 나무)에 흰곰팡이가 생기면 절대로 없어지지 않으니 빨리 빼내어 소각처리 해야 한다는 멘트를 듣고 그냥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저희 농장은 거의 절반을 빼내어 버려야 합니다.

친환경 농법으로 버섯을 키우다 보면 종목을 3년을 쓰고 버리는데 1년차에 10%가 곰팡이 오염으로 버려지고, 2년차에 20%, 3년차에 거의 40%가 버려지는데 참으로 감당키가 어렵습니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금년 1년차 종목에서 0.1%의 손실을 보았습니다. 이 종목들을 3년 동안 10% 이내의 손실이 목표입니다. 이렇게 되어야만 지금 판매되고 있는 가격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고 농장을 유지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1년차 종목이 자라고 있는 재배사에 매일 들어가서 버섯과 함께 자라고 있는 흰 곰팡이들을 친환경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3년 뒤 목표 성공하면 이 방법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보를 나눠드릴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 10월 말 가을이 들판의 곡식과 함께 익어 가고 있습니다. 푹 익은 김치처럼 가을이 익었습니다. 여러 그룹들에서 연주 요청을 해 오고 있습니다.

모처럼 음악실에 들어가서 입술도 풀 겸 즐겨 연주하든 곡들을 연주 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악기를 놓고 버섯만 보고 살았는데 다행히도 아랫입술에 힘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매일 짬을 내어 악기를 잡아야겠습니다. 그래야만 언제든지 악기를 들고 어떤 무대든 설 수가 있습니다.

다양한 장소에서 멋진 색소폰을 연주하면서 가을과 함께 동화되어 익어가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색소폰을 잡은지 어언 30년이 되었습니다.

 

상황버섯 농삿일로 수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이젠 좀 휴식도 취해가면서 여행도 하고, 건강도 챙기면서 멀리 내다 봐야 겠습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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